




줄거리
나는 단 한번 케빈 스미스의 영화를 본 적이 없었다.
'도그마'가 개봉된 1999년에 나는 겨우 9살이었기 때문이다.
때문에 그런 감독이 있는 줄도 몰랐고 이런 영화가 있는 줄도 몰랐다.
이 영화를 본 건 9년이 흐른 2008년이었다.
아주 우연한 계기로 보았다고 말할 수 있다.
{'거부성명'. 1) 영화에 대한 어떠한 논쟁도 사절, 2) 아니 거부함. 3) 일체의 변명도 않겠음. / 이런 말을 10분동안 할 필요도 없거니와, 분명히 말하지만 뷰 애스큐(View Askew) 영화사는 이 영화가 - 처음부터 끝까지 - 종교 영화가 아닌, 코믹 판타지이므로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마시길. / 혹시라도 이 영화가 '이단'이네, '선동적'이네 하는 오해 없으시길. 이는 우리의 의도와 다르며, 부당한 판단이므로, 모든 심판은 신에게 맡기길.(그럴거면 차라리 영화 평론가가 되세요... 농담입니다). / 그러니 제발 이 영화의 사소한 것에 대해 누군가 상처받지 않을까 생각하기 전에, 신도 유머 감각이 있다는 걸 기억하세요. 오리 너구리(Platus)를 보면 알 수 있잖아요. 감사합니다. 영화를 즐기세요. / 추신. 오리너구리에 대한 저의 생각없는 언급에 상처받을 모든 오리너구리광들에게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우리 뷰 애스큐 영화사는 고상한 오리너구리를 존경하고, 절대로 이 멍청한 피조물을 모욕할 의도는 없습니다. 다시 감사합니다. 영화를 즐기시길.}
영화가 시작되기 전, 크레딧에 떠오르는 '거부성명'.
감독은 '도그마'를 종교영화가 아닌 코믹판타지이므로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말라고 했으나,
영화는 개봉되자마자 신성모독이라며 비판을 받아야했다.
그 신성모독이라 지껄이는 자들은 모두 그 자체가 이단이니 그런 개소리는 가볍게
무시해주는 것이 상책이다.
다만, 기독교 단체가 아니라 디즈니쪽에서 반발을 일으킨게 의문이지만.
의외로 정통교리에 충실한 영화는 감독 특유의 것이라 여겨지는 가벼운 수다로 시작된다.
정통교리를 무너뜨리지 않는 선에서, 그리고 신을 믿으면 천국에 갈 수 있다는 중세적인 교리를
그대로 따르면서 영화를 진행시킨다.
조금은 진부하게 느껴질지도 모르는 이야기(구원, 종말)를 코믹하게 해석했다는 점이 흥미롭다.
'도그마'는 종교에 대한 비판과 풍자를 늘어놓지 않는다.
영화의 주제의식이란 것이 너무나도, -아까도 언급했듯이- 기독교 정통교리에 충실하기 때문에
오히려 신에 대한 믿음과 열망으로 가득하다.
신성모독이니 이단이니 뭐라고 지껄여도 이 영화를 잘 까놓고 보면 신성모독이 아니라는거다.
신이 여자라는 것, 13번째 제자가 있었다는 것, 예수가 흑인이라는 것 등등
영화에 등장하는 이야기가 조금은 파격적인 류의 것이지만 그것들은 단지 부수적인 것에
불과할 뿐이다. 곁다리에 불과한 것들은 주제의식을 더욱 부각시켜준다.
예수가 흑인이라는 가설은 예전에 보았던 다큐멘터리를 통해서 알고 있었지만,
나머지 것들은 다소 충격적이었다.
천사들도 그 때 당시에 내가 믿고있던 천사의 이미지랑 확연히 달랐다.
나는 정말 그때까지만해도 천사는 하얀 날개를 달고 후광이 보이는, 착한 존재라고 알고있었다.
또한 그들이 굉장히 순수하고 우아한 존재들이라고 믿고있었다.
'도그마'에 등장하는 천사들은 착하지 않다.
죄에 대해 무자비하고, '살인'으로서 인간을 단죄하는,
악마보다도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않은 그런 차가운 존재들이다.
살인으로서 단죄하는 것을 내기하고, 즐긴다는 점 또한 충격이었다.
영화를 보면서 천사에 대한 이미지들이 만화와 영화, 소설 등을 통해서
형성된 것이라는 것을 은연중에 깨달아버렸다.
그리고 영화에 등장하는 천사의 이미지와 속성이 성경과 많이 닮아있다는 것도 알게되었다.
그 후로 성경을 처음부터 끝까지 정독했는데, 그들은 정말 착하지않다.
오죽했으면 성경에 등장하는 인물이 꿈에서 천사를 보았는데 자기가 죽을 거라고
공포에 떨었겠는가.
비록 영화에 등장하는 이들이 타락천사이긴하지만,
그들은 천국으로 올라가기전에 착한 짓 좀 해보자며 금송아지를 캐릭터화하여
상품화시킨 회사의 윗분들을 -딱 한명만 남겨놓고- 죄다 죽였다.
물론 이 이야기는 성경에 등장하는 이야기를 현대물로 재구성한 이야기다.
영화는 '만들어진 신'과 '존재하는 신'을 보여준다.
'만들어진 신'은 종교에 의해 만들어진 신의 이미지를,
'존재하는 신'은 있는 그대로의 신의 이미지를 보여준다.
우리가 믿어야할 것은 만들어진 신이 아니라 존재하는 신이다.
마음대로 규정짓고 이미지화시킨 신은 그 자체의 신이 아니다.
영화에 등장하는 베서니의 친구가 그녀에게 해준 말이 인상적이었다.
"어렸을 때는 무조건적으로 믿지만, 크면 그 믿음을 채워야하는 그릇도 커진다"라는 것.
나는 이것에서 공감을 얻었고 충격을 받았다.
나도 베서니처럼 습관처럼 교회에 가고, 교회에 다녀오면 한 주가 끝났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녀의 행동에, 영화가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형식과 감독이 영화를 통해
말해주는 것들이 전부 와닿았는지도 모른다.
자신의 믿음에 회의적인 사람이라면 한 번쯤 이런 영화를 봐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가볍게 즐길 수 있으면서도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계기될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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