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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트 주머니에 손을 푹 찔러넣는다.
앞만 보고 타박타박 걷는다.
감정없는 눈동자에 비치는 것은 회색으로 물든 도시다.
오래 전에 죽어버린 녹빛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아니, 찾을 순 있어도 그 존재가 미미하다. 죽어버린 지상이다. 잿빛의 도시다. 언제부터 지상은 타락했는가. 그것은 쉬우면서도 어려운 과제다. 인간의 시조인 아담과 이브가 창조되어 뱀에게 유혹당해 타락한 때부터다. 또한 뱀이란 것이 존재할 때부터이다. 뱀은 곧 사탄이다. 뱀은 거짓말을 잘했다. 쉭쉭거리며 낼름거리는 붉그스름한 혀와 탐욕스런 노란 눈동자는 줄곧 죄악을 쫓았다. 달콤한 말에 속아넘어간 존재도 여럿이다. 죄악을 잉태하는 자가 사탄이다. 사탄의 자식은 인간을 끝에 끝까지 타락시킨다. 인간의 절반은 타락하고 절반은 살아남는다. 서바이벌 게임과도 같다. 타락한 인간은 달콤한 말에 속아넘어가 자신과 타협한다. 죄를 수용하고 양심의 가책을 느끼면서도 그 찌르는듯한 아픔이 사라지면 밥먹듯이 죄를 짓는다. 무가치의 반복이다. 그것이 인간이고 타락한 자들이다. 살아남은 자들은 발버둥친다. 사탄의 두 번째 유혹에도 잘 살아남는다. 어쩌다가 방황하다가도 다시 아버지의 품안으로 들어와 기도한다. 칭얼거리기도하고 불평하기도 한다. 답을 얻으면 줄곧 아버지만 찾는다. 웃기는 건 인간은 고통이 찾아왔을 때에만 아버지를 찾는다. 그것은 모순이다. 창조주에대한 모욕이다. 아버지는 무한의 인내심으로 끝까지 보듬는다. 그 것또한 모순이다. 우주의 품같은 무한의 포용이다.
화려한 네온 사인은 눈이 아플정도로 번쩍거렸다. 메마른 눈동자에 비치는 것은 깨끗치 못한 도시의 죄악이다. 술취한 자의 난동, 창녀의 유혹. 끝이 없다. 죄가 죄를 낳는다. 잠시 발걸음을 멈춰 눈을 비빈다. 바뀌는 것은 없다. 다시 눈이 아파올 뿐이다. 네온사인에 적응한 눈을 깜빡여보았다. 몇 번 더 깜빡이자 화려한 불빛은 이제 아무것도 아니게 된다. 그저 밝은색으로 번쩍이는 불빛이다. 어지러움은 이미 증발해버린지 오래다. 주머니에 찔러넣었던 손을 빼낸다. 그저 그뿐으로, 아무 것도 하지 않았다. 다시 타박타박 걸어본다. 숨을 들이 쉰다. 차디찬 공기가 폐 속 가득히 들어온다. 시원한 느낌에 기분이 좋아진다. 문득 기분나쁜 향이 섞여 들어왔다. 그것은 오래 전에 베인 눅눅한 땀내같기도 하고, 남녀가 진득하게 뒹굴고 난 뒤의 텁텁함같기도 하다. 기분이 나빠진다. 그는 오래 지나지않아 미간을 찌푸렸다. 편안함과 좋았던 느낌은 이제 없다. 짜증스럽고 답답한 느낌 뿐이다. 차가워진 손을 다시 주머니에 찔러넣었다. 타박타박, 보폭을 크게하여 걷는다. 누군가 구둣발로 뒤를 밟는다. 아니다. 뒤를 밟는건지 그저 같은 방향일 뿐인건지 그는 알 수 없었다. 그래도 그냥 걸었다. 구둣소리는 끝까지 따라붙는다. 이제는 자신이 걷는 속도에 맞춰서 걷는다. 미행이라기엔 자신의 뒤를 따라 걷는 이의 존재감이 크다.
걷다가 홱 돌아본다. 검은 양복의 남자가 베실베실 웃고있다. 창백한 피부에 젊은 얼굴은 아름답다. 병적인 퇴폐가 느껴지는 사내다. 어딘가 이질적이고 어딘가 다르다. 깨달았다. 그는 사탄이다. 장난스럽게 웃는 낯짝이 한 대 쳐주고 싶을 정도로 얄밉게 느껴졌다. 그것을 실행으로 옮기지 않고 사탄을 쳐다보았다. 빙글빙글 웃는다. 어딘가 비릿한 느낌. 아까 전에 느껴졌던 그 기분 나쁜 향내와 그는 어딘가 닮아있다. 사탄은 가까이 다가왔다. 다가올 뿐 말은 하지 않고 웃을 뿐이다.
오오오오!
갑자기 사탄은 감격했다는 듯이 탄성을 뱉는다. 그러다가 낄낄낄 웃는다. 이제 몇 발자국 안이다. 웃음소리는 마치 오래된 경첩이 삐걱거리는 소리와도 닮았다. 어딘가 기묘한 웃음소리다. 어딘가 기분나쁜 웃음소리다. 경쾌한 발걸음으로 다가온 사탄은 기다려줘서 고맙다는 식로 눈인사를 해온다. 그 것이 또 기분 나빴다. 이 사내는 사실 미친건지도 모른다. 오만함과 자신만만함, 탐욕과 욕망으로 뒤덮인 사탄이라기에는, 그는 가볍게 느껴질 뿐이다. 허공으로 붕붕 떠올라서 대기권을 향해 날아가다 팍- 하고 터질 것 같다.
오오오오!
사탄은 또 다시 탄성을 뱉었다.
난 풍선이 아니라네!
또 낄낄낄 웃어재낀다. 사탄이라는 놈이 술이라도 쳐먹은 모양이다.
난 단지 기분이 좋을 뿐이지!
사탄은 웃었다.
근데 그게 너무 오버되서 이상하게 느껴질 뿐이지!
이제 한 손에는 술병이 들려 있다는 착각마저 들었다. 무미건조하게 자신을 쳐다보는 시선에 사탄은 이상하다는 듯이 실실거린다.
웃으라고 웃어! 그렇게 팍팍해서야 쓰나!
다가오는 모양새가 심상치 않다. 한 손으로 날개라도 휘어잡을 것 같다.
No, No, No!
사탄은 외쳤다.
천사의 날개는 내가 휘어잡으라고 있는게 아니야.
유쾌하게 웃어댄다. 사탄이 흥얼거렸다. 음울하지만 경쾌하다. 지옥에서 울부짖는 망자들의 불타오름과 닮은 흥얼거림이 멈추었다 계속되었다를 반복한다.
자네도 나와 같아지면 행복해진다네!
그는 문득 "사탄아 물러가라!"를 외치고 싶어졌다. 목이 간질간질거린다. 입을 달싹인다. 그러다가 만다. 술취한 미친놈이다. 정신나간 놈이다. 사탄인지, 미친놈인지 이제 상관하고 싶지 않아진다. 사탄은 낄낄낄거렸다.
사탄아 물러가라! 몇 번이고 외쳐도 되는데, 자네는 너무 팍팍해! 무슨 천사가 그러나? 웃으라고!
낄낄낄거리는 소리가 원을 그리며 주위를 뱅뱅 도는 것 같았다.
쓸 떼없군.
겨우 한 마디 뱉는다.
난 무가치한 자니까!
사탄은 팔다리가 따로 노는 것 같은 탭댄스를 추며 주위를 빙글빙글 돌았다.
난 자네를 기다리다 목이 빠지는 줄 알았는데 자네는 심드렁하구만!
사탄은 룰루랄라 또 흥얼거렸다. 슬슬 무서워지기까지 한다. 내 앞의 사탄이 그 사탄이 맞는건가? 사내는 씨익 웃는다.
천사가 날 무서워한다니 영광이네! 술이 마시고싶군, 같이 한잔 어떤가?
사탄이 권해온다. 예의 그 무미건조한 시선을 사탄에게 내다 꽂는다. 사내는 재미없다며 칭얼거린다. 칭얼칭얼칭얼. 한살박이 어린애같다. 칭얼칭얼칭얼. 아무래도 자신이 아는 사탄과 앞의 사탄은 전혀 다른 존재처럼 느껴진다. 칭얼거리는 어린애같은 사탄. 미친놈처럼 낄낄낄거리는 사탄. 술을 권해오며 웃으라고 등을 두들기는 사탄. 이쯤되면 넌 누구냐는 말이 절로 나온다.
누구긴 누구야 사탄이지! 베리알이자 아자젤이고 루시퍼이지!
자기 자식들 이름을 술술술 뱉는다. 그런 점에선 사탄같기도 하다. 어느새 가져왔는지 한 손에는 맥주병이 들려있다. 다른 손에는 위스키다. 물처럼 벌컥벌컥 들이마신다. 마실텐가,하고 권한다. 너나 마시란 손짓을 해보인다. 너무하네따위를 중얼거린다. 저혼자 잘도 퍼마신다.
오오! 뭔가 느껴지는 것 같군!
키득거린다. 사탄은 술을 마시며 난 행복해따위를 외쳤다. 흥얼흥얼거리는 폼이 완연히 술에 취해 인사불성이 된 꼴이다. 따끔한 알코올이 위장의 내벽을 긁던말던 상관도 안한다. 오오 세상은 아름다워, 사탄이나 내뱉을 말이다. 사탄은 마지막 한 방울까지 입에 털어넣고 병을 저멀리 던진다. 콰직- 팍- 날아간 술병은 바닥으로 추락해 산산조각난다. 죄진 자의 최후를 보는 것 같은 기분이다. 아니면 지옥으로 떨어진 자의 말로인가? 사탄은 낄낄낄 웃었다. 팔을 파닥인다. 그 모습은 영락없이 술취한 인간이다. 가치없는 행동이다. 미친놈처럼 웃어재끼고는 손을 흔들어보인다. 인간이 서로 헤어질 때 쓰는 인사법이다.
내일 또 봅세! 오늘은 가고 내일은 오지!
낄낄낄 사탄이 웃었다. 미간을 찌푸렸다. 유쾌한 웃음소리가 커졌다가 멀어진다. 뱃고동소리처럼 정신을 쥐어 흔들었다가 놓는다. 오늘은 안녕히, 내일은 유쾌하게, 사탄이 외친다. 허리를 쭈욱 펴본다. 뼈와 뼈가 맞부딪친다. 으드득거리는 소리가 난다. 사탄이 사라진 쪽을 쳐다본다. 입술을 달싹인다.
내일 또 볼 일은 없다.
사탄이 또 어디선가 낄낄거리는듯한 느낌이다.
이게 대체 무슨글이냐며....
병맛이 느껴지는 글이다!
나도 내가 이걸 쓴 의도를 모르겠어(젠장!)
뭔가 아무거나 써보자!했는데 이건 영 아닌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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