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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소 짙은 물빛은 크레파스의 그 것과도 같다.
뛰어내리면 젤리처럼 폭- 빠져버리는건 아닐까, 실없는 생각을 한다. 입꼬리가 말아 올라간다. 가벼운 미소를 지은 것과는 달리 미간은 잔뜩 찌푸려진채다. 기묘한 표정이다. 화내는 것도 웃는것도 아니다. 아래를 내려다본다. 수면 위로 비춰지는 것은 다리의 잿빛 잔상이다. 제 자신의 모습도 비춰지지만 짙은 물빛에 그 모습이 흐리다. 그 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지 입을 삐죽인다. 그러다가 또 씨익 웃는다. 이대로 몸을 던진다면 분명 죽는다, 라는 것을 알고 있다. 먼저 폐 속 가득히 비린 물이 채워지고 그대로 숨이 막혀 익사할터다. 죽음의 과정이 고통스럽던 말던 상관없었다. 필요한 것은 오로지 죽음이다. 공허함만이 가득찬 머리와 산 채로 썩어가는 몸따위 필요없다. 원하는 것은 살아있는 죽음과 마지막의 안식이다. 비틀어져버린 인생의 종지부를 여기서 찍자고 그렇게 다짐한다. 살아서 바뀌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자신은 혼자고, 영원히 혼자일 것이고, 삶에대한 의미를 잃어버린 무기질의 인형일 뿐이니까. 한 쪽 다리를 앞으로 내디뎌본다. 차디찬 공기와 살갗이 맞닿는다. 차갑지만 공기의 느낌은 부드럽다. 서늘한 바람이 몸을 휘감는다. 그 오슬한 느낌에 몸을 맡기고 미련없이 몸을 앞으로 뻗는다. 머리가 아래로 쑥 내밀린다. 거꾸러진 몸이, 찬찬히 추락한다. 수면으로 내던져진다. 눈을 뜨지않고도 알 수 있다. 곧 수면 위로 추락해버리리라는 것을. 누군가 그녀의 팔을 잡아채었다. 강한 힘이다. 안돼! 나는 죽어야한단 말이야! 소리없는 비명과 저항이 자신의 팔을 움켜진 상대를 향한다. 그녀가 물 속으로 빠지며 본 것은 물빛과는 다른 맑은 푸른빛이다.
찢어지고 찢겨져 너덜너덜해진 마음은 채꿰멜 수도 없는 상태였다.
온전히 자리하고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아무도 없었고 '정상'을 유지하는 것은 없었다. 그 어떤 것도 온전하지 못했다. 뒤틀리고 비틀어진 자신을 추스릴 수조차 없이 찾아온 것은 죽음이다. 부모의 죽음이 먼저였고 두 번째는 동생, 세 번째는 제 자신의 죽음이었다. 육체적인 죽음은 자신에게 해당사항이 없었다. 영혼의 찢겨짐. 갈기갈기 찢겨진 영혼의 조각은 주울 수도 없다. 그것은 완벽한 죽음이었고 삶을 잃어버리는 무언의 신호다. 부모를 잃고 형제를 잃고 자신을 잃어버린 뒤 남는 것은 공허다. 지독히도 낮게, 밑바닥부터 깔려있던 공허와 어둠이 스멀스멀 기어올라와 제 자신을 좀먹었다. 산 채로 썩어간다는 것은 바로 그런것이리라. 치유할 수 없는 상처로 점철된 마음과 아무것도 할 수 있을리 없는 육체는 나날이 약해졌다. 아프다. 고통스럽다. 역겹다. 지독하다. 쓰다. 쓰라리다. 모든 감정마저도 좀먹는 어둠이다. 입으로 뱉을 수 없는, 목까지 차오른 고통의 신음을 참는다. 그 뒤에 남는 것은 허무다. 허무를 따라 공포와 두려움이 몸을 갉아먹는다. 어쩔 수 없이 한 숨을 내쉬어 그것들을 몰아낸다. 채 몰아내지 못한 것들이 밑바닥으로 가라앉는다. 앙금처럼 가라앉아 이따금씩 또다시 영혼의 조각을 우적우적 씹어먹는 것들이다. 먹혀버린 조각들은 소생할 길이 없다.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그저 없다. 아파하지도 못하는 자신은 무미건조하게 울 뿐이다. 가끔씩은 그 울음마저도 허무하고 공허해서 병신처럼 마냥 있었다. 밀랍인형처럼 움직이지도 못한채. 어둠만이 남은 그 곳에 널부러져 시체처럼. 빼빼마른 육체는 더더욱 말라가고 죽은 영혼은 한 줌의 재가되어 사라진다. 바스락거리는 그 느낌마저도 사라져 허공으로 흩어진다. 없다. 아무것도 없다. 남겨진 것은 산채로 썩어가는 육체뿐이고 진정 남은 것은 없다. 이제 제대로 된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죽어가는 자신만이 남아 무료하게 썩어갈 따름이다.
건조한 시선으로 바라본다. 무엇을 바라보는지도 구분할 수 없다. 보고 있는 것은 그저 맑은 푸른빛이고 그것은 다만 존재하고 있었다. 무엇인지도 모른채 바라보고있다. 손을 뻗어도 닿지않는 것은 그냥 있다. 어른어른거리는 잔상만이 남아있는 그것은 그냥 거기에 있었다. 눈을 감는다. 두어번 깜빡인다. 더럽고 비릿한 물이 위를 타고 목을 타고 역류한다. 그것들을 토해낸다. 짜고 쓴 맛이 혀끝을 맴돈다. 계속해서 그것을 토해내고 나니 정신이 말짱해진다. 목이 아리다. 흐렸던 시선이 돌아온다. 기침을 토해낸다. 누군가 차가워진 손을 부드럽게 잡아온다. 또렷한 시선으로 보인 것은 한 남자다. 눈동자가 짙은 푸른 빛으로 빛나는. 의아한 시선에도 남자의 표정은 없다. 감정이 비치지않는 차가운 얼굴이다. 그런 시선이다. 남자는 그저 괜찮다-,고만 할 뿐이다. 낮은 중저음의 목소리가 기분좋게 울린다. 파랗게 질린 입술과 창백한 피부가 하얗게 빛났다. 부르르 떨리는 입술이 숨을 뱉는다. 차다. 시체같은 몸을 남자는 말없이 부축해 품에 안는다. 마주한 시선에 한동안 말이 없다.
난해하다.
대강 이런 느낌으로 쓸 거 같다.
간단하게 글의 분위기나 적어보자고 생각했다.
말그대로 스케치다.
큰 글의 퍼즐조각일 뿐으로 본편은 아니다.
정말 난해한데,
좀 더 정리하고 다듬으면 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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